산책의 효과는 생각하는 것보다 정말 좋아요. 건강에 좋은 것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건강만큼 좋은 게 있어요. 바로 두뇌력이 좋아지고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시간이 되는 분들은 산책을 꾸준히 해보세요.
오늘 저녁 날씨 앱을 봤더니 제가 사는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7, 초미세먼지 농도가 0으로 나왔어요. 생각만 해도 청량한 하늘이 느껴졌어요. 저녁 노을이 막 지는 시간에 산책을 나갔어요. 초승달이 떠 있었는데 달빛이 쩌렁쩌렁 울리는 것처럼 빛났어요. 멀리 있는 아파트 불빛이 네온사인처럼 빛나고 있었어요. 평소에 그렇게 밝게 보인 적은 없었어요.
공기가 맑으니 눈에 보이는 세상이 다 투명해보이고, 마음도 상쾌해져요. 이런 날에 공원 산책을 하면 평소보다 '그 마음 모드'로 더 쉽게 갈 수 있어요. '그 마음 모드'란 건 이름을 붙이기가 어려워서 제가 지금 그냥 써 본 이름이예요. 일상이나 일의 이런저런 생각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고요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들어가는 걸 말해요.
이런 모드에서는 정말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이 평소와 달라보이죠. 눈에 보이는 것도 달라보이고 귀에 들리는 소리도 달라져요. 마치 어떤 문을 통해서 다른 세상으로 걸어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건 소설같은 얘기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느껴져요.
시간이 멈춘 듯하다는 말처럼, 이럴 때는 시간이 잘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어요. 책에서 '현재를 살아라'라는 말을 하는데,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생각은 멈추고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느끼는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모드에서는 심리적으로 편안할 뿐만 아니라, 생각은 더 뚜렷해져요. 평상 시에 하는 생각과는 약간 달라요.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머리를 써서 하는 생각 같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생각 같아요. 힘들여서 하는 생각이 아니라 가볍게 생기고 가볍게 없어지는 생각들처럼.
헤르만 헤세와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나는 믿는다.
꽃잎 한 장이나 길가의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하고,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음을.
고작 글자와 단어로는 많은 것을 말할 수 없다.
(헤르만 헤세)
가능한 조금 앉아 있어야 하며, 야외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때 떠오른 생각이 아니라면 그 어떤 생각도 믿지 말아야 한다.
(니체)
산책은 야외에서 몸을 움직이며 자연을 마주하는 것이어서 실내에서 읽는 책이나 공들여 하는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생각을 만들어준다고 해요.
그 이유를 생각해 봤어요. 공원같은 야외에서 산책을 하면 시야가 트이면서 시각적으로 먼 곳을 보기도 하고, 가까운 곳을 보기도 해요. 발끝을 보면 걷기도 하고, 가까이 있는 나무를 보기도 하고, 멀리 떨어진 산을 보기도 하고, 하늘을 보기도 하죠. 시각적으로 원근감이 생기는 것이예요.
그런데 인간은 참 신기한 존재 같아요. 시각적으로 생긴 원근감은 마음 속에도 그대로 생겨요. 산책을 하거나 하고 난 후에는 마음이 차분히 정리가 돼요.
마치 가로수가 양쪽으로 늘어선 도로를 달릴 때 가까운 나무는 크게 보이고 멀리 있는 나무는 작게 보이는 것처럼 마음 속 감정에도 원근감이 생기고,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지식이나 정보들 역시 컴퓨터 속 폴더에 파일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것처럼 그렇게 느껴져요.
이런 상태에서는 필요없는 감정이나 정보들은 가장 먼 곳에서 조용히 있고, 지금 관심있는 정보들이 가장 가까운 1열에 있어서 생각들이 잘 연결이 돼요. 그러니까 정말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들끼리 연결돼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으로 바뀌기 가장 쉬운 상태인 거예요.
그리고 머리로만 하는 생각이 아니라 몸이 생각을 하도록 도와줘요. 머리로만 하는 생각이 좁은 공간에서 짜내는 느낌이라면 몸과 함께 하는 생각은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어요.
생각은 머리로 하는 것이지만 좋은 컨디션의 몸과 함께 하면 왠지 몇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아요.
뇌에 입체감이 생기는 거예요. 어떤 평면에 답답하게 갇혀 있는 것 같았던 뇌가 3차원 공간 속으로 퍼지는 확 퍼지며 감정이나 지식들 역시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공간 속에 다시 정렬이 돼요.
학교나 사회에서 배웠던 논리 분석 합리성 등의 딱 맞아 떨어지는 평면적 사고 대신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이 만들어내는 입제적 사고를 하게 돼요.
결국 산책을 꾸준히 하면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평소와는 다른 사고의 경로를 타고 좋은 생각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요. 때로는 실내에 앉아서는 나오기 힘든 수준의 높은 창의적인 표현력이나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해요.

자신의 머리 속에서 참신한 조합의 연결과 창의적인 사고를 경험하고 나면 두뇌력이 좋아지죠.
산책을 단지 여가로 또는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산책에서 마주치는 것들이 마음과 두뇌에도 아주 좋아요. 한 번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서 해보면 산책이 다르게 보일 거예요.
평소에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가급적 멈추고, 산책을 하는 동안 보고 들리는 것들에 관심을 두면서 걸어 보세요. 그럼 제가 했던 말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