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는 거 어떠세요? 귀찮고 스트레스 받기도 하지 않나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설거지는 집안 일 중 은근 힘든 일 중 하나예요.
하루 세 번 꼬박꼬박 해야 하고, 주방에 밀려 있는 설거지 거리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게 되죠.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리면서 몸도 마음도 피곤해지는 설거지, 좀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설거지를 하는데 20에서 25분 정도 걸려요. 꼼꼼하게 하는 편이라 깨끗하게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몸도 마음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어제 문득 설거지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설거지가 별 것 아닌데 편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설거지를 하는 동안 동작은 어떻게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몸과 마음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을 해 봤어요. 그랬더니 설거지를 하는 동안 피곤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우선은 제가 설거지를 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큰접시 같은 경우에는 접시 아래쪽부터 닦아요. 왼손으로 접시를 잡고 수세미를 잡은 오른손으로 접시 가운데 쪽을 3바퀴 문지르고 그 다음 바깥쪽을 3바퀴 문질러요. 그 다음 바깥 테두리를 돌아가면서 닦아주고, 뒤집어서 접시 앞쪽을 같은 방법으로 닦아요. 작은 접시는 큰 접시와 같은 식으로 하는데, 크기가 작으니 한 번에 3번씩 앞 뒤를 문질러주면 끝나요. 젓가락 같은 경우는 손으로 쥐는 부분을 잡은 다음 음식 집는 부분을 3번 닦고, 반대로 잡은 다음 3번을 닦아요. 숟가락도 같아요.
식기 종류별로 나름의 순서와 횟수가 있어요. 그리고 기본으로 3번은 문질러줘야 깨끗해졌다고 생각하고 3번 이상은 무조건 하는 편이예요.
그런데, 이렇게 관찰하다 보니 피로를 느끼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설거지는 같은 동작을 계속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바꿔주는 동작을 해야 해요. 접시 한 개를 닦고 나면 그 다음 접시를 닦아야 하고, 젓가락 한 개를 닦고 나면 그 다음 젓가락을 또 닦아야 하죠. 시작과 끝이 있으면서 짧은 시간 간격으로 계속 바뀌는 거예요.
만약 접시 한 개를 다 닦았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 접시를 닦기 전에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생기더라구요.
'제대로 닦은 것은 맞나?'
'2번 닦은 것 같아. 한 번 더 닦아야 하는 것 아닌가?'
'왠지 덜 닦은 것 같은데'
'다음에 어떤 접시를 잡지?'
한 개 닦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것 때문에 피곤한 것이더라구요. 생각보다는 설거지를 하는 동안 생각하는 종류도 많고 생각을 여러 번 해야 했어요. 단순히 닦는 동작 자체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설거지는 한 개 한 개가 기계처럼 딱딱 맞아 떨어져야 되는 일이라 왠지 자꾸 점검을 하게 돼요. 그래야 잘 닦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설거지 속도도 맞출 수 있으니까요. 아주 느긋하게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이게 은근히 신경쓰이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사실 설거지가 음식을 담는 그릇이나 수저를 닦는 일이니만큼 청결하게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고도로 정밀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필요보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설거지를 하는 것이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 이유인 것 같아요. 3번을 꼭 문질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순서가 꼭 맞아야 하는 것도 아니죠. 기계처럼 너무 순서와 정확도에 집중을 할 필요가 없는 일이죠.
챗GPT에게 한 번 물어봤더니, 설거지처럼 중간중간에 계속 작업이 끊기는 일을 할 때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요.
접시 아래 쪽 닦기 -> 테두리 닦기 -> 뒤집어 접시 앞 쪽 닦기 -> 닦은 접시 놓기 -> 다른 접시 집어서 들기 -> 뒤편 닦기 등 여러 작업들이 계속 끊기면서 진행하는 일들이 뇌에 피로를 주고 에너지를 더 소비하게 한다고 대답했어요.
그러니까 설거지가 단순 작업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이해가 됐어요. 이래저래서 설거지가 피곤한 것이었구나 알게 되니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구요.
오늘 설거지는 어제보다 좀 쉬워진 것 같아요. 잘 닦였나 확인을 하기 위한 생각보다는 닦는 동작에만 신경쓰려고 했어요. 식기를 잡고 수세미로 문지르고 놓고, 물로 헹구고 이런 일들 자체에만 신경쓰고, 덜 닦인 것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가급적 안 하려고 했더니 어제보다 훨씬 쉬워졌어요. 피곤한 것도 덜 하고,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시간도 빨리 간 것처럼 느껴졌어요.
설거지는 집안 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예요.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고 마치면 더 좋겠죠? 혹시 설거지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라면 설거지는 원래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먼저 아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중간에 이런저런 생각보다는 동작 자체에 집중을 해보면 한결 쉬워질 수 있어요.
오늘 한 번 해본 걸로는 쉬워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더 해보고 달라진 것이 있으면 나중에 알려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