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를 할 때 쓰는 방법 중에 사다리타기 게임이 있다. 가위바위보에 비해 약간의 스릴을 더 느끼며 당첨자(?)를 가릴 수 있는 게임이다. 간식 내기를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맡을 사람을 공정한 방식으로 정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사다리타기 게임은 몇 개의 세로줄과 가로줄로 이루어져 있고 아주 간단한 룰을 따른다. 세로줄을 타고 내려 가다가 가로줄을 만나면 옆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교차점을 만나면 세로줄이 바뀐다.
단지 종이 위에서 세로줄이 옆으로 옮겨갔을 뿐인데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옮겨가며 내기의 쫄깃거림을 느낄 수 있다. 교차점을 만날 때마다 만들어지는 변화에 따라 자신의 유불리를 속으로 가늠해보며 심리적으로도 오르락 내리락거린다.
아주 단순한 방식이면서도 짧은 시간이면 끝나는 이런 게임에서도 종이 위의 물리적 변화가 정신적 변화로 이어진다. 게임이 끝나면 당첨자의 현실은 게임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다(?).
현실은 사다리타기 게임과 비슷한 면이 있다. 아침에 일어날때 오늘 하루 내가 내려가야 할 중요한 세로줄을 몇 개 마음 속으로 그려놓는다. 오늘은 아침에 주간회의가 있어서 참석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프로젝트 진행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오후에는 내일 출장 미팅에서 의논할 주제에 대해 좋은 방안을 마련해 놓아야지.
이렇게 생각해 놓은 것들은 당장 오늘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만족스럽게 끝낸다면 계속 좋은 기분이 쌓이며 그 다음 날 역시 좋은 마음으로 일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하루를 지내다 보면 아침에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현실에는 무수한 세로줄과 가로줄이 있어서 자칫하면 다른 세로줄로 넘어가 그곳에서 열심히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
회의를 하는 동안 자칫 방심을 하면 어제 유튜브에서 봤던 영상이 머리 속에 아른거리고, 프로젝트 보고서를 작성하다가도 지난 주에 했던 온라인 게임에서 아쉬웠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 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미팅 주제에 대해 챗GPT에게 물어보려고 들어갔다가 한참 지나고 보면 다른 소재에 대해 열심히 챗을 주고 받는다.
집중력이 좋다거나 인내심이 강하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종이 위에 그려진 사다리타기 게임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가로줄의 유혹을 이기고 자신이 점찍은 세로줄을 끈기 있게 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적진에 침투한 주인공이 적이 입은 것과 같은 옷을 입고 유유히 돌아다니는 장면이 있다. 우리가 세로줄을 타고 내려오다 보면 이처럼 나랑 같은 복장을 하고 있어서 감쪽같이 속이는 유혹줄을 만나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넘어가곤 한다. 일명 옆길로 새는 것이다.
종이에 그린 사다리타기 게임에서는 가로줄을 만나면 옆으로 이동하는 것이 규칙이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원하지 않는 가로줄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교차점들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로를 바꾸는 능력이 결국 인생에서 성공으로 이끈다. 인생이라는 사다리타기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사다리줄을 타고 성공으로 갈 수 있을까?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새는 것은 충동에 약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충동에 약하다. 눈에 보이고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이 있으면 금새 그쪽으로 넘어가 버린다. 주말에 소파에 누워서 쉬고 있다 보면 눈 앞에 보이는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리저리 채널을 옮기게 되고, 눈 앞에 보이는 휴대폰을 들고 포털 검색을 하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왔다갔다 한다.
TV 시청이나 웹 검색이나 동영상 시청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하지 않고 덜 중요한 것에 빠져드는 것이 안 좋은 것이다. 만약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했다면 주말에 소파에 누워 충분히 쉬는 것이 숏폼에 빠지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몸에 좋은 휴식을 주고 나서 취미 생활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중요한 순서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성공으로 이끈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충동적으로 이끌려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감각'을 길러야 한다. 이성적인 능력이나 사고력으로 충동을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지금 유튜브 동영상에 빠져 있구나. 그만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는 조절이 되지 않는다. 보통 사고력이나 의지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이런 식으로 조절하는 것을 가르친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사고에 기대는 것 보다는 자신의 '감각'을 기르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감각'을 기른다는 것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최근 1년 동안 주로 했던 것이 '사고'에서 벗어나 '감각'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한 것이었다. 살면서 가장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다가 옆길로 새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고, 필요한 일에 집중하면서도 예전에 비해 편안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다리를 타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내려 올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