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여의도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1분이다. 마지막을 위해 남겨둔 불꽃들을 일제히 쏘아올려 수많은 불꽃이 대낮처럼 하늘을 밝히고 폭죽소리가 쉴 새 없이 귓가를 때리며 보는 사람들의 시각과 청각을 완전히 압도한다.
이럴때는 어떤 생각을 할 수 없고 완전히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살면서 경험하기 어려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나 황홀함이 평소에 체험할 수 있는 감동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기에 그냥 보고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불꽃축제가 끝나도 마지막 1분은 하이라이트 필름처럼 기억에 남게 된다.
불꽃축제의 마지막 1분과 같은 감동을 주는 장면을 최근에 TV 프로그램에서 봤다. '나라는 가수' 스페인 마요르카섬 버스킹에서다.
마요르카의 길거리에서 열린 버스킹에서 예정된 노래를 모두 마치고 가수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때 스페인 소녀들이 '마리아' 노래를 부르자 감동한 가수가 화답하기 위해 버스킹을 다시 이어갔다. 가수는 '화사'다.

나라는 가수 화사
나 역시 집중해서 버스킹을 보고 있다가 끝나는 것이 섭섭하던 차였다. 노래를 다시 시작하자 관객들이 환호하고 흥겨워하고 감격하였고 나 역시 곧바로 아쉬움이 사라졌다.
스페인의 이국적인 거리 풍경, 환호하는 사람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맘껏 발휘하는 가수,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나도 마음이 설렜다.
예상치 못한 장소와 시간에 K-팝스타가 준 깜짝 선물을 받은 스페인 소년, 소녀들에게 그 시간은 아마도 그들에게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K-팝스타 역시 그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일에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산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만의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마치 불꽃축제의 마지막 1분과 같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감동적인 시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하이라이트 필름은 무언가에 자신을 내던지고 몰입할 때 생긴다.
몰입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자신에게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빛나는 존재가 된다.
마치 우리 은하의 중심부와 같은 존재다. 은하수의 중심에는무수한 별들이 모여 눈부시게 빛나며 수천억 개의 별을 끌어당긴다. 만약 은하수의 중심에 가까워진다면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보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에게 눈부신 순간을 선사해주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눈이 부셔 쳐다보기 어려울만큼 밝은 나만의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보자. 불꽃축제의 하이라이트처럼, 버스킹의 감동적인 순간처럼, 은하수의 가운데서 빛나는 무수한 별들처럼.